한국인은 왜 이렇게 AI를 좋아할까 — 설계된 열정

MIT Tech Review에 「Why do South Koreans love AI so much?」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인은 왜 이렇게 AI를 좋아할까”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에서 AI에 가장 호의적인 나라라고 합니다. 퓨리서치가 조사한 25개국 중, AI를 기대보다 걱정한다고 답한 사람이 한국은 16%로 가장 적었습니다. 같은 질문에 미국은 50% 수준이었고요. 한국인 대다수가 일상에서든 직장에서든 매일 AI를 쓴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 글에서는 그 기사를 따라가 보고, 제 생각을 덧붙여 보려 합니다.

한국의 성공 방정식

기사는 한국의 산업화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발전 과정을 먼저 짚습니다. 1970년대 철강과 조선, 80년대 반도체, 90년대 초고속 인터넷, 2000년대 스마트폰. 기술로 가난을 벗어나 경제 강국이 된 나라죠. 그리고, 이번에는 그 성공 방정식이 AI로 향한다고 기사는 봅니다.

오늘날 삼성과 SK하이닉스는 AI 모델 학습에 쓰이는 엔비디아 GPU에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대부분을 공급합니다. 두 회사 모두 1조 달러가 넘는 가치로 평가받으며 코스피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습니다.

사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발전 과정을 분석하는 것은 익숙한 내용이긴 합니다. 그런데 기사 안에서 유독 눈에 띈 표현이 있었습니다.

Engineered enthusiasm

바로 “설계된” 혹은 “구현된” 열정입니다.

다시 말해 저절로 생긴 호의나 분위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어떤 의도에 의해 설계된 분위기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과연 누가 설계했을까요?

기사에서는 국가 차원의 전략을 지목합니다. AI 중심의 성장을 위한 국가적 의제가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겁니다. 한 정책 전문가는 우리 사회가 AI 기반 4차 산업혁명을 나라가 갈 길로 정하고, 국민에게 AI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끈질기게 이야기해 왔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 중국과 함께 ‘AI 3대 강국’에 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고 국산 AI 모델 개발을 지원해 왔습니다. 2024년에는 안전보다 개발 촉진에 무게를 둔 AI 기본법을 통과시키기도 했죠. 기사가 인용한 스탠퍼드 AI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인의 70%는 규제로 산업을 보호하는 것보다 AI 혁신으로 과학과 의학을 발전시키는 쪽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늘 놓치는 게 생기기 마련이죠.

기사에서도 그러한 이슈를 함께 지적합니다. 작년에는 AI 교과서를 충분한 검증 없이 학교에 도입했다가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학생 학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시범 운영으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사실 오류와 개인정보 위험이 있는 교재를 그대로 배포했다는 겁니다.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노조는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인의 64%는 AI가 일자리를 빼앗고 불평등을 키울까 봐 걱정합니다. 동시에 52%는 AI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같은 사람 안에서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셈입니다.

두렵지만 놓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한국인들이 AI를 두려워하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한다고 기사는 이야기합니다.

기사 끝에는 한 장면이 나옵니다.

서울에 사는 스물아홉 살 보험설계사가 ChatGPT에 사주를 보고, 연애운을 묻고, 주식 팁까지 구한다는 겁니다. 취업도 결혼도 내 집 마련도 막막한 그에게 챗봇은 일종의 탈출구입니다. 한국 20대의 46%가 챗봇으로 운세를 본 적 있다는 조사도 함께 실렸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가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길까 무서워하면서도 직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쓴다는 점입니다. 뒤처질까 두려운 겁니다. 기사 속 그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입니다.

“가끔은 AI가 두렵지만, 지금은 그냥 너무 유용해서요.”

어쩌면 한국인의 AI 열풍은 AI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익혀야 한다는 압박, 그리고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도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맺음말

이러한 기사를 접하면, 보는 사람마다 해석도 다르고 의미도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질문은 이겁니다.

의도된 열정을 설계한 사람들이 과연 AI를 이용한 양적 성장 이후를 충분히 고민하고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열정을 만들어내는 일과, 그 열정이 끌고 갈 다음을 책임지는 일은 다른 문제니까요.

“Engineered enthusiasm.”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표현입니다.

설계된 열정에 휩쓸리기는 쉽습니다. 어려운 건, 그 이후를 묻는 일입니다.

ChulJoo Kim (김철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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