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크래프톤이 주관한 AI R&D 해커톤이 열렸습니다. 전공이나 나이, 학력과 무관하게 개최된 개인전이었습니다. AI 사용이 허용된, 말 그대로 AI 실전 능력을 겨루는 대회였습니다.
그리고, 이 대회의 2등 수상자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마이스터고 기계과 졸업 후 반도체 회사 재직 중인 박찬준님 인데요. 코딩은 배운 적이 없고, AI 연구와는 무관한 삶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AI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AI 해커톤에 참가하여 명문대생을 포함한 대학원생, AI 연구원과의 경쟁을 뚫고 최종 2등이라는 성적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예선에서는 문제 자체를 이해하는 것도 어려워서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고, 본선 지필고사는 전문지식이 없어서 백지로 냈습니다. 박찬준님이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했는 지는 아래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례가 박찬준님 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얼마전 AI_TOP_100 대회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역시 본선대회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이 비개발자였다고 합니다.
예선을 통해 선발된 100명의 본선 참가자들 또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부터 중년의 직장인까지 다양했다. 비개발자 비중이 절반 이상에 이르는 등 AI가 대중적 기술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것들은 TV에나 나올법 한 타고난 천재나 가능한 일이었고,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소식을 듣게 되더라도, 어떻게 가능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죠. 지금도 여전히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AI시대를 살기 시작한 현재, 우리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단지 변화의 시작일 뿐이라구요. 아마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게 될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AI시대의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목 차
공부 방법의 역사
얼마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이광근 교수님과 공부 방법의 역사와 AI시대의 공부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책이 없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배웠을까?”
당연한 질문처럼 들리지만, 이 질문에서 현재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변화의 방향을 볼 수 있습니다.
책이 없던 시대의 유일한 공부 방법은 묻고 답하기, 즉 문답법이었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마주 앉아 제자가 스승께 질문을 하면, 스승은 답을 주고, 다시 질문하는 방식이죠. 소크라테스가 대표적입니다. 이 시기에 지식은 책이 아니라 스승의 머리 속에 있었고, 오로지 스승의 입을 통해서만 전달되었습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지극히 제한적이었고, 문답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편향이나 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었습니다.
15세기, 금속활자가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머리 속 지식을 책으로 만들어 대량으로 보급하기 시작했고, 이제 더 이상 지식은 스승 만이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공부의 방식은 자연스럽게 눈으로 읽는 공부로 전환되었습니다.
수백 년간 이어온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이 구조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인 선생님이, 잘 정리된 교재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합니다. 초등학교~대학교라는 교육제도를 바탕으로 전공을 통해 전문성을 부여하고, 학위를 통해 전문성을 증명해 왔습니다.
AI시대의 공부 방법은?
세상의 모든 알려진 지식들을 학습한 생성형 AI가 등장했습니다.
수백 년간 인류가 쌓아온 지식을 모조리 학습한 존재가,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반복해도, 어리석은 질문을 쏟아내도, 화 한 번 내지 않고, 친절하게 답합니다. 잘 모르겠다고 말하면, 무엇을 모르는지 부터 함께 찾아줍니다.
공부의 방식이 다시 과거의 문답법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 시대에 교사의 역할은 ‘지식 전달(Teaching)’에서 ‘코칭(Coaching)’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선생님으로부터 지식을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궁금한 질문을 물어보고 공부의 방향을 설계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입니다.
다만, 현재의 문답법이 과거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스승과의 직접 대화만 가능했습니다. 당연히 물리적 한계가 교육 대상을 결정했고, 스승의 관점이 학습의 범위였습니다. 또한, 스승의 가르침을 교차 검증 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즉 교육은 스승에게 종속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AI는 다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AI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때로는 서로 다른 AI와 대화하면서 답변을 비교/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또, 수백 년간 축적된 책과 논문으로 지식을 검증할 수도 있습니다. 학생이 직접 선택하고, 질문을 만들고, 답변을 검증합니다. 스승이 아니라 제자가 중심이 되는 구조입니다.
또,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물리적 한계로 인해 완벽한 개인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한 명의 교사가 수십 명의 학생을 동시에 서로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AI를 활용하면 학생의 수준과 속도에 맞춘 초개인화 학습을 가능하게 합니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던 일이, 이제 기본이 됩니다.
AI-native 교육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AI-native 교육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일까요.
핵심은 순서의 변화입니다.
기존 교육은 학습 → 실행 순서였습니다. 먼저 배우고, 그 다음 써먹는 방식이죠. AI-native 교육은 이 순서를 실행 → 학습 으로 뒤집습니다. 일단 해보고, 모르는 걸 물어보면서 이해해 가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AI에게는 언제든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매번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AI에게는 그게 가능합니다. 수십 번 물어도 괜찮습니다.
판단력도 새롭게 정의됩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데서 필요한 판단력은, 거창한 전문 지식이 아닙니다. AI에게 다음으로 무엇을 시킬지를 정하는 의사결정 능력입니다. 결과를 받아보고, 오류를 잡아내고, 방향을 수정하는 과정, 그리고 이를 반복하는 것 자체가 학습이자 역량입니다.
대학들도 이 흐름을 읽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2025년 발표한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인재양성 방안’에 따르면, 2026년부터 비전공자를 포함한 대학원 과정에 AI 교육과정을 개방하고, ‘질문하는 학교’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정부 정책도 결국 지식을 외우는 교육에서, 질문하고 판단하는 교육으로의 방향 전환을 이야기 합니다.
명문대와 고졸의 차이는 여전히 클까
교육적 관점에서 명문대 진학은 무엇을 의미했을까요?
더 좋은 교수, 더 체계적인 커리큘럼, 더 정리된 학습 환경, 즉, 더 나은 학습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AI시대에는 그 인프라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격차는 존재합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2026년 1월 발표한 ‘청소년의 AI 이용 현황 및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학업성적과 경제 수준에 따라 AI 활용 능력의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즉, AI 리터러시 자체가 새로운 격차의 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기본적인 AI 활용은 가능하더라도,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편향을 잡아내는 능력에서 차이가 생겨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반전도 있습니다.
기존 프레임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AI의 새로운 접근법을 받아들이는 데 저항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 선입견이 적은 학습자는 더 순수하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고 기초적인 질문부터 던지는 태도가, AI-native 환경에서는 오히려 강점이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학력이 아닙니다.
질문하고, 검증하고, 유연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능력, 그것이 AI-native 시대의 경쟁력입니다.
맺음말
앞서 언급한 해커톤 수상자는 “AI가 모두를 동일한 출발점에 세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지금 놀랍게 느껴진다면, 변화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신호입니다.
공부의 역사는 늘 도구의 변화와 함께 바뀌어 왔습니다. 문답법에서 책으로, 이제 다시 문답법으로 변하는 중이죠. 다만 이번 문답의 상대는 인류의 지식을 모두 담은 AI이고, 그 AI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AI시대의 학습 능력은, 질문하는 능력입니다.
ChulJoo Kim (김철주).
※ 참고문헌
- BZCF(비즈까페), 「고졸 비전공자 크래프톤 AI해커톤 2등」, 네이버 블로그, 2026.
- 이광근, 공부 방법의 역사와 AI시대의 공부 방법에 관한 설명,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2026.
- 교육부,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인재양성 방안」, 2025.
- 이창호, 「청소년의 AI 이용 현황 및 영향에 관한 연구」(Bluenote 이슈 & 정책 Vol.159),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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