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AI시대: AI-native 조직구조는? 더 낮고 더 넓게」에서 AI 시대의 조직은 더 낮고 더 넓게 변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관리자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조직 구조는 수평화됩니다.
그런데 AI-native 조직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컨텍스트 공유, AI 리터러시, 모니터링과 가시성, 권한·평가·책임의 재설계, 그리고 관계와 피드백 설계 등 함께 풀어야 할 이슈들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앞서 제시한 다섯 가지 이슈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사람에 대한 설계(인사)와 조직에 대한 설계(전략) 관점에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목 차
5가지 고려 사항
낮고 넓어진 AI-native 조직이 작동하려면 다음의 다섯 가지가 풀려야 합니다.

첫째, 컨텍스트 공유.
정보가 위에만 머무르면 아래에서 큰 단위의 일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 우선순위, 전략적 배경, 의사결정의 이유가 실무자에게도 흘러가야 합니다.
둘째, AI 리터러시. 보고받는 사람이 AI를 못 쓰면 결국 누군가 기존 방식으로 보고를 만들어야 합니다. AI 리터러시는 실무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셋째, 모니터링과 가시성. 담당 범위가 넓어지고 AI와의 1:1 상호작용이 늘어나면 관리자 입장에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일이 어디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넷째, 권한·평가·책임의 재설계. 책임 범위가 넓어지면 그에 맞는 권한이 따라가야 하고, 평가 기준도 작업 단위가 아니라 결과나 문제 해결 단위로 바뀌어야 합니다.
다섯째, 관계와 피드백 설계. AI와의 상호작용이 늘어나면 사람 간 직접적인 교류와 코칭의 기회가 줄어듭니다. 실무자가 방향을 잃거나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기적인 피드백과 팀 단위의 연결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 다섯 가지는 결국 사람과 조직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한 축은 인사 설계, 다른 축은 조직 설계입니다.
인사,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이전 글 「AI시대: AI-native 교육이란 무엇일까?」에서 다뤘듯이, AI 시대에는 이미 습득한 지식보다 질문하고 검증하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채용, 평가, 교육의 무게중심도 같은 방향으로 옮겨갑니다. 모두 AI-native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인사는 사람에 대한 설계입니다. 채용, 평가, 교육, 그리고 사람 간의 관계까지 포함합니다. AI-native 조직에서 각 영역의 무게중심이 옮겨갑니다.
채용 — 직무 매칭 → 문제 해결력
기존 직무 기술서는 작업 단위 분업을 전제로 작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감의 크기, 책임의 단위가 End-to-End로 커지면, “이 직무를 잘 수행할 사람”보다 “이 문제를 들고 풀어낼 사람”을 봐야 합니다. AI 활용 역량, 판단력과 실행력, 학습 능력 등이 새로운 평가 축이 됩니다.
Meta는 2025년 부터 코딩 인터뷰를 코딩 어시스턴트와 함께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코딩 능력과 함께 “AI와 함께 어떻게 사고하고 일하는가”를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링크드인 코리아의 2025년 하반기 채용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신규 채용 공고의 64%가 “AI 툴 활용 경험”을 우대 조건으로 명시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5년 10월 조사에서는 300인 이상 기업 중 42%가 “2026년부터 스킬 기반 채용 요소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이는 2024년 대비 18%p 증가한 수치입니다.
평가 — 작업 단위 → 결과·문제 해결 단위
책임의 단위가 커지면, 잘게 쪼개진 작업 단위 KPI는 더 이상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Shopify의 토비 뤼트케 CEO는 2025년 “AI 사용이 기본 기대치”라는 발표를 했고, AI 활용도를 성과 평가와 동료 평가 질문지에 직접 포함시켰습니다.
Microsoft도 비슷한 시기에 AI 도구 활용을 직원 성과 평가의 일부로 본다는 방향을 사내에 명시했습니다. Google과 IBM이 2020년대 초부터 시행한 “이력서 학력란 삭제, 포트폴리오·프로젝트 중심 평가” 방식이 국내 기업에도 본격 확산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작업을 처리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가로 평가의 단위가 커집니다.
교육 — 직무별 교육 과정 → 일과 학습의 통합
직무별로 정해진 교육 과정만으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AI 리터러시는 모든 구성원의 기본 역량이며, 특히 임원과 관리자의 AI 활용 역량은 조직 전체의 변화를 좌우합니다. 위에서 AI를 쓰지 못하면 아래의 변화도 결국 멈추게 됩니다.
Shopify는 2025년 인턴 프로그램을 약 25명에서 1,000명 규모로 확대했습니다. 이유는 “인턴들이 AI를 가장 자연스럽게 쓰며 beginner’s mindset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정형 교육 과정으로 사람을 AI 사용법에 적응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AI에 익숙한 사람을 대규모로 받아들이고 일하면서 배우게 하는 방식인거죠. 일과 학습의 경계가 흐려지고 통합되는 방향입니다.
관계와 피드백 — 1:1 기반의 의도적 설계로 강화
개인의 책임이 커지고, AI와의 1:1 상호작용이 늘어나는 만큼, 사람 간의 직접적 상호작용은 줄어들게 됩니다. 담당 범위가 넓어진 실무자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정기적인 1:1 미팅, 개인별 코칭, 팀 단위 회고 같은 사람 사이의 직접적 연결이 더 자주, 더 의도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Culture Amp는 2025년 10월 AI Coach를 출시하면서 “15억 개의 직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니저가 더 나은 1:1 코칭을 할 수 있도록 돕는 AI”를 표방했습니다. 이제는 AI가 관리자의 1:1 코칭 품질을 높이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Korn Ferry의 2025년 글로벌 조사에서도 “AI 코칭이 효과를 내려면 신뢰, 라포, 인간적 터치가 필요하다”고 명시했습니다. AI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보조하지만, 대체하지는 않습니다.
조직,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조직을 설계한다는 것은 구조에 대한 설계를 의미합니다. 역할과 책임, 정보 흐름 방식, 의사결정 구조, 권한 위임 등이 포함됩니다. AI-native 조직에서는 아래와 같이 각 영역의 무게중심이 옮겨갑니다.
역할과 책임(R&R) — 직무(Job) 단위 → 역할(Role) 단위
기존에는 작업 단위 분업을 전제로 R&R을 설계하였습니다. 책임의 단위가 워크플로우나 문제 전체로 확장되면, R&R도 워크플로우 단위로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PwC는 자사 조직을 “hourglass(모래시계)” 형태로 재설계하는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AI를 활용하는 초급 직원과 영향력이 확장된 시니어 전문가를 양 끝에 두고, 중간 관리 계층을 줄이는 구조입니다. SHRM은 더 나아가 “AI 에이전트도 새 직원처럼 직무 기술서를 작성하고 역할을 정의하라”는 가이드를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R&R 설계의 대상에 사람만이 아니라 AI 에이전트도 포함됩니다.
정보 흐름 — 보고 중심 → 직접 접근
이전 글 「AI시대: AI 친화적인 보고? 문제는 ‘보고받는 사람’」에서 다뤘듯이, 정보가 위로 압축되어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시점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Microsoft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2026년 다보스 포럼에서 AI를 “조직 내 정보 흐름의 완전한 역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과거 임원이 주요 회의 준비를 위해 여러 계층의 브리핑을 받았다면, 이제는 Copilot에게 직접 360도 요약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보의 투명성과 접근 권한이 조직 설계의 영역으로 들어옵니다.
권한 위임 — 계층 의사결정 → 현장 의사결정
계층이 줄어들면 의사결정의 중심도 아래로 이동합니다. 책임 범위가 넓어진 만큼 권한도 함께 위임되어야 합니다. 단, 조직이 지나치게 수평적으로 바뀌면 위기 상황의 최종 책임이 모호해질 수 있으므로, 권한과 책임의 경계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AI 에이전트에 대한 권한 위임의 경우, “일괄 위임”이나 “일괄 보류”가 아니라, 위험과 영향에 따라 단계별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MIT Sloan과 BCG의 2025년 보고서는 AI의 권한 위임을 세 단계로 구분했습니다. “Human-in-the-loop”, “Human-on-the-loop”, “Fully autonomous”로 위험도에 따라 권한 범위를 다르게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SailPoint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80%의 조직이 AI 에이전트의 의도치 않은 행동을 경험했고, 동시에 98%는 에이전트 사용 확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권한 위임에 대한 설계 없이 에이전트만 늘리면 사고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신호입니다.
가시성 — 보고 → 관찰 가능한 구조
담당 범위가 넓어지면 관리자 입장에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일이 어디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고를 통해 사후에 아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관찰 가능한 구조가 필요합니다.
IBM은 지난 10년간 AI로 인사·성과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면서, HR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을 하는 AI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페이 밴드 결정과 매니저의 성과 리뷰에 필요한 심층 데이터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ServiceNow도 2025년 IT·HR·고객 서비스에 걸친 수천 개의 사전 구성 에이전트를 묶은 AI Agent Orchestrator를 출시했습니다.
Salesforce는 2025년 12월 “Agentforce Observability”를 공개하며 “AI 에이전트가 생각하는 과정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한다”고 표방했습니다. Agent Analytics(성능 지표), Agent Optimization(end-to-end 가시성), Agent Health Monitoring(실시간 알림) 세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가시성 확보를 사람이 직접 챙기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차원에서 설계하는 흐름입니다.
인사와 조직 설계의 무게가 커진다

과거의 인사와 조직 설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에서 움직였습니다. 한 번 짜놓은 구조는 오래 유지되었고, 인사는 그 안에서 사람을 채우고 관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는 일이 핵심이었습니다.
AI 시대에는 그 무게가 달라집니다. 구조 자체가 유동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사람에 대한 기준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인사와 조직 설계는 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에서, 변화를 적극적으로 설계하는 역할로 무게중심이 옮겨가야 합니다.
이 흐름은 조직 구조 자체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한 글로벌 바이오테크 기업은 2025년 HR과 IT 리더십 기능을 통합했습니다. “AI가 진정한 인력 참여자가 되면, 사람 관리와 기술 관리의 전통적 분리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인사와 조직 설계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AI-native 조직 전환의 실질적 출발점은 도구 도입이 아니라 사람과 구조에 대한 설계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전 글 「AI시대: 더 좋은 도구를 줬는데, 왜 결과는 그대로일까」에서 이야기했듯이, 도구가 바뀌어도 구조가 그대로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구조를 바꾸는 일이 인사와 조직 설계의 영역입니다.
맺음말
AI-native 조직은 도구를 더 많이 도입한다고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에 대한 설계와 조직에 대한 설계가 함께 새로 짜여야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낮고 넓어지는 조직 구조를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인사와 조직 설계의 일입니다. 채용 기준, 평가 체계, 교육, 관계 설계, R&R, 정보 흐름, 권한 위임, 가시성 구조 등 모든 것이 새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기존에 운영을 지원하던 두 영역이, 이제 변화의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AI 시대에는 인사와 조직 설계가 더 잘해야 하고, 더 적극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결국 AX의 성패는 도구가 아니라 설계가 좌우합니다.
ChulJoo Kim (김철주).
※ 참고문헌
-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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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ulJoo Kim, 「AI시대: AI 친화적인 보고? 문제는 ‘보고받는 사람’」, ckarch.kr, 2026.4. https://ckarch.kr/ai/ai시대-ai-친화적-보고-문제는-보고받는-사람/
- ChulJoo Kim, 「AI시대: 더 좋은 도구를 줬는데, 왜 결과는 그대로일까」, ckarch.kr, 2026.4. https://ckarch.kr/ai/ai-사일로-더-좋은-도구를-줬는데-왜-결과는-그대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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