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낀 세대, 중간 관리자가 중요하다

최근 몇 편의 글에서 AI 시대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다뤘습니다.

이제 다음으로 정리해 봐야할 질문은 바로, “이 변화를 실질적으로 누가 이끄는가?” 입니다.
제 결론은 바로 중간 관리자입니다. 고위 임원이나 경영층도 아니고, 실무자도 아닌, 가운데 자리이죠. AI 시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역할이고, 동시에 이 변화의 성패를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 회사나 조직의 크기에 따라 중간 관리자는 다양한 직급이나 직책이 될 수 있습니다. 조직내 상대적인 위치이므로 임원이 중간 관리자 일 수도 있고, 2~3명짜리 작은 조직의 리더일 수도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편의상 경영층, 중간 관리자, 실무자로 구분하여 서술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백종화 코치의 중간 관리자의 시대 뉴스레터를 보게 되었습니다. 같은 문제의식이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AI시대의 중간관리자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목 차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자리

조직 구조를 크게 나누면 세 계층이 있습니다.

① 경영층, 고위 임원: 다양한 정보 수집이 업무의 일부입니다. 새 키워드를 빠르게 흡수하고, 전파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② 중간 관리자, 초급 임원: 경영층 지시 해석, 실무자 결과물 검토 등 의사결정, 일정/인사 관리의 교차점에 있는 자리입니다.

실무자, 단위 조직 각종 네트워크 기반 학습을 통한 업무 진행이 주 업무로, 신기술에 민감하고, 변화를 만드는 자리입니다.

위와 아래 계층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것을 흡수합니다. 두 계층 모두 학습이 일과 자연스럽게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 계층은 다릅니다. 위/아래 두 흐름의 교차점에 있지만, 정작 본인을 위한 학습은 일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AI 시대의 변화는 이 중간 계층을 가장 강하게 흔듭니다.
위에서 던지는 키워드의 양이 늘어나고, 아래에서 올라오는 결과물의 형태도 시시각각 바뀝니다. 양쪽 모두에서 새로운 부담이 동시에 들어오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중간관리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자리인데, 정작 적응할 시간이 없습니다.

하루 일상을 떠올려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침에 경영층이나 고위임원으로부터 SNS에서 본 새 키워드를 받습니다. “우리도 이거 검토해 봐.”
점심 전에 실무자가 어제 시도한 새 도구의 결과물을 들고 옵니다. “이거 한번 봐주세요.”
오후 회의에서는 또 다른 부서가 새로 발표된 AI 도구 도입 정책을 공유합니다.
저녁에 메일함을 열면 듣지 못한 기사와 기술 소개 영상 링크가 쌓여 있습니다.

매일 새로운 기술과 키워드가 쏟아집니다. 다 따라가야 할 것 같은데, 막상 어느 하나도 제대로 공부할 시간은 없습니다.

이건 체감이 아니라 데이터로도 분명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WorkLab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평균 근로자는 하루 117개의 이메일과 153개의 Teams 메시지를 받고, 핵심 근무시간에는 2분마다 한 번씩 회의·이메일·메시지로 흐름이 끊깁니다. 맥킨지의 분석은 한 발 더 들어갑니다. 중간 관리자가 사람 리더십에 쓰는 시간은 30%도 되지 않고, 나머지는 개인 실행과 행정 업무입니다.

바쁨의 역설입니다.
가장 많이 알아야 하는 자리가, 가장 학습할 시간이 없습니다.

위와 아래는 다릅니다. 경영층이나 고위 임원은 정보 수집 자체가 업무이고, 실무자는 학습이 업무에 녹아 있습니다. 두 계층 모두 학습이 일과 분리되지 않는 자리입니다. 중간 계층만 학습이 일과 분리됩니다. 회의, 보고, 결재, 인사 같은 즉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모든 시간을 잠식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AI는 모두에게 학습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정작 학습 시간이 가장 적은 자리가 가장 많은 의사결정을 합니다. 이건 정보의 격차가 아니라 시간의 격차입니다. 중간 계층이 잘 모르는 게 아니라, 따라잡을 시간 구조가 아닌 것입니다.


할 일은 더 많아진다

시간은 그대로인데, 할 일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늘어납니다.

요즘은 새로운 AI 도구가 발표되는 주기는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위에서 던지는 키워드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동시에 실무자는 AI를 이용해 산출물을 만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양도 늘어나기 때문에, 그 결과물의 검증 난이도도 점점 올라갑니다. 구조적으로 위/아래 모두에게서 유입되는 물리적인 처리량이 늘었으니, 검증 부담도 같이 늘어납니다.

여기에 더해, AI가 다 같은 AI가 아닙니다.
미국 와튼스쿨의 2026년 4월 연구는 이 격차를 분명하게 짚습니다. 경영층이 보는 AI는 ROI가 나오고, 의사결정이 빨라지고,생산성이 좋아져서 경쟁에서 앞서는 수단입니다. 반면에 중간 관리자가 보는 AI는 연동 안 되는 도구들, 부족한 교육과 적응 시간, 제한된 지원 등 부정적 제약만 가득한 현실입니다. 같은 AI인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과 가운데에서 올려다보는 시각이 전혀 다릅니다.

또, 와튼스쿨 AI&Analytics 학과장 Eric Bradlow는 이 현상을 ‘도넛 홀‘에 비유합니다. 경영층은 AI에 거액을 투자하고, 젊은 실무자들은 AI 네이티브로 자랐는데, 실제로 워크플로우 변화를 조율해야 하는 중간 관리자들이 저항하거나 뒤쳐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팀 부커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가장 정교한 AI 전략과 잘 훈련된 현장 인력이 있어도, 두 층 사이의 변화를 관리자가 이끌지 못하면 트랜스포메이션은 항상 가운데에서 멈춘다.”

  • 경영층의 키워드 → 중간 관리자가 해석하지 못함 → 실무자에 잘못된 형태로 전달
  • 실무자의 결과물 → 중간 관리자가 평가하지 못함 → 경영층에 잘못된 형태로 보고

이런 상황에서 중간 관리자가 가장 흔히 보이는 반응이 “어쩔 수 없다” 입니다.
업무 폭주를 인정하고, AI 학습은 후순위로 미루고, 경영층의 키워드는 형식적으로 받아 적고, 실무자의 결과물은 표면만 검토합니다. 어찌 보면,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는 가장 위험한 합리화입니다.
구조의 문제를 개인이 떠안고 포기하는 형태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원인이 구조라면, 대응도 구조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같은 일을 더 많이 하는 방식으로는 풀리지 않습니다.
역할의 정의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은 의외로 분명합니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가 2025년 11월 발표한 「Agents, robots, and us」 보고서는 약 800개 직업을 사람·에이전트·로봇이 차지할 수 있는 시간 비중에 따라 7가지 아키타입으로 분류했습니다. 어떤 직무는 사람 중심으로 남고, 어떤 직무는 AI 중심으로 이동하며, 어떤 직무는 혼합형이 됩니다.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앞으로의 일은 ‘사람 vs AI’ 가 아니라 ‘사람 + 에이전트 + 로봇의 협업 구조’로 재편됩니다.
이 흐름이 가운데의 자리에 주는 시사점은 세 가지입니다.

① 중간 관리자의 일이 바뀐다: 취합자, 전달자 → 설계자, 오케스트레이터

전통적으로 중간 관리자의 핵심 업무는 두 가지였습니다.

  • 위로: 아래의 정보를 취합/압축해서 보고
  • 아래로: 위의 지시를 해석해서 전달

이전 글 AI시대: AI 친화적인 보고? 문제는 ‘보고받는 사람’에서 살펴봤듯이, 보고를 위한 압축 과정에서 숫자의 근거, 반대 의견, 가정 등이 사라집니다. 사람의 주의력이 한정되어 있다는 전제 위에서 만들어진 합리적인 설계였습니다. 그런데 AI가 그 전제를 풀 수 있습니다. 원자료에서 경영자가 직접 질문하고, 표준 양식 보고서는 AI가 생성합니다.
취합과 압축이 만들어내던 가치 자체가 줄어듭니다.

그렇다면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바로, 설계와 조율입니다.

설계자(Architect)는 워크플로우의 구조를 짭니다.

  • 어떤 단계를 AI가 맡고, 어디서 사람의 판단이 들어가는가
  • 품질 기준은 무엇이고, 어디서 멈춰 검증해야 하는가
  • 최종 책임의 경계는 어디인가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는 그 구조 안에서 일이 흐르게 합니다.

  • 사람, AI 에이전트, 시스템이 충돌 없이 협업하도록 조율
  • 우선 순위와 자원을 그때 그때 재배분
  • 흐름을 보면서 구조를 다시 다듬음

설계가 정적으로 구조 자체를 만드는 일이라면 조율은 동적으로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흐름을 제어하는 일입니다.
둘은 분리되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맥킨지 보고서가 정리한 그대로, 관리자는 일상적 감독에서 벗어나 사람, AI 에이전트, 로봇이 함께 일하는 시스템을 조율하는 역할로 이동합니다.

좋은 관리자의 기준이 일을 많이 처리하는 사람에서 사람과 AI의 협업 구조를 설계하고 조율하는 사람으로 바뀝니다.

② 리더십의 무게중심: 통제 → 코칭

실무자들은 AI 덕분에 더 많은 정보와 더 빠른 초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무엇을 믿고 어디서 어떻게 검증할지는 오히려 더 어려운 문제가 됩니다. 여기서 중간 관리자의 역할은 지시가 아니라 판단 기준을 세우는 일입니다. 팀이 혼란 없이 움직이도록 돕는 일이죠.

여기에 학습 문제도 같이 풀립니다. 1999년 GE의 잭 웰치는 임원들에게 후배 직원과 짝을 지어 인터넷을 배우게 했습니다. 이것이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의 시초입니다. 27년이 지난 지금 다시 부각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AI 시대에 가장 빠른 학습은 후배에게 배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습 시간을 따로 빼지 마십시오. 후배에게 “10분만 설명해 줘” 라고 부탁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학습입니다.
후배에게는 정리/발표 경험이 되고, 중간 관리자에게는 학습이 되고, 조직에는 정렬이 됩니다. 학습이 업무 안으로 들어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한국 조직 정서에서는 어색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쓰는 도구를 보여 달라” 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③ 단위가 바뀐다: 직무(Job) → 워크플로우(Workflow)

가장 큰 변화는 AI 도입의 단위가 직무가 아니라 워크플로우라는 점입니다.

“누가 무엇을 하느냐” 가 아니라, “어떤 단계는 AI가 맡고, 어디서 사람의 판단이 들어가며, 최종 책임은 누가 지는가” 가 더 중요해집니다.

이 워크플로우 재설계는 위(전략)도 아래(도구)도 혼자 못 합니다. 경영층은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모릅니다. 실무자는 비즈니스의 우선순위를 모릅니다. 두 정보가 모두 모이는 자리가 바로 중간 관리자입니다.

이전 글 「AI시대: 똑똑한 AI, 왜 안 쓸까」에서 다룬 일감의 크기 문제와도 직접 연결됩니다. 잘게 쪼개진 티켓 단위가 아니라, 큰 단위의 워크플로우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가 중요하죠. 그 자리는 중간 관리자입니다.

중간 관리자가 워크플로우를 설계하고 조율하지 않으면, 조직은 도구를 사고 사용률만 측정합니다. 도구는 늘어나는데 일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는 상태, 이전 글에서 언급한 맥킨지의 88% 도입, 6%만 성과 격차가 만들어지는 자리입니다.


맺음말

AI 시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자리, 그런데 시간이 없는 자리, 할 일은 오히려 더 많아지는 자리,
그 자리가 중간 관리자입니다.

여기서 “어쩔 수 없다” 로 가면 구조의 문제가 개인의 포기로 끝납니다.
같은 일을 더 많이 하는 방식으로도 풀리지 않습니다. 역할의 정의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도구를 따라잡지 말고, 워크플로우를 설계하고 조율하는 사람이 되면 됩니다.

중간 관리자가 살아야 조직이 살아남습니다.

끼어 있는 자리는 양쪽의 압박을 받는 자리가 아니고, 양쪽을 조율하는 자리입니다.

ChulJoo Kim (김철주).


※ 참고문헌

ckarch.kr © 2026 is licensed under CC BY-NC-SA 4.0 CC BY NC SA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