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과 How를 구분하는 데 있어서, 경우에 따라 What이 중요할 때도, How가 중요할 때도 있죠.
이전 글에서는 ‘목적(What)을 먼저 정하고, 수단(How)을 정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What이 명확한 상황이라면, 이번엔 How가 결과를 결정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내비게이션 역사를 통해 How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그리고 AI Transformation 시대에 AX전략 수립 관점에서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운전자에게 길을 안내한다는 목적은 같았지만, 시대에 따라 돈을 버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네이트 드라이브부터 티맵까지, 내비게이션의 거의 모든 형태를 직접 써봤습니다.
돌아보면 단순한 기술의 진화가 아니라, 수익 모델의 패러다임 전환 역사입니다.
1. 네이트 드라이브 — 통신사 구독 모델 (2002년~)
SKT에서 제공한 피쳐폰 대상 초기 버전의 내비게이션 입니다. 추후 Tmap으로 발전하게 되죠.
피쳐폰 화면 특성상, 지도 대신 간단한 화살표와 함께 음성 안내만 제공 되었습니다.
- SKT 가입자 전용
- 차량용 단말기 + 설치 키트 별도 구매
- 매월 서비스 이용료 납부
지도 데이터는 통신사가 쥐고 있었고, 통신사의 수익은 단말기 판매 + 월정액 구독료, 콘텐츠 접근권 자체였습니다.
당연히 성능이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지도책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혁신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매달 나가는 비용이 부담되었고, 지도가 표시되지 않는 점이 생각보다 불편했습니다.
2. PDA + 포켓나비 —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번들, 1회성 구매
HP iPAQ PDA에 GPS 수신기를 연결하고,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방식입니다.
지도가 화면에 나왔고, GPS 수신기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골라 조합할 수 있었습니다.
- PDA 본체 + GPS 수신기 + 소프트웨어 각각 구매
- 초기 비용이 크지만 이후 업그레이드 무료
- 다양한 소프트웨어 선택 가능
지도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엄청난 장점이었습니다.
다만,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의 경우 지도 정보의 신속한 업데이트가 매우 중요한데,
당시 소프트웨어 제공 업체의 지도데이터의 수집, 가공, 배포하는 방식이 원활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3. 전용 단말기 — 번들 모델의 정착과 진화 (아이나비 2D→3D)
이후 전용 단말기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몇몇 업체가 시장을 장악했고, 저는 아이나비 제품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당시에는 자동차 순정 내비게이션보다 성능이 좋다고 알려져서, 차량 내부에 매립하는 형태까지 유행했죠.
이 기간에는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한 번에 사는 방식이 표준이 됐습니다.
- 전용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번들 구매
- 전기: 2D 지도 중심, 지도 업데이트 무료
- 후기: 3D 지도 중심, 지도 업데이트 유료화
업체가 지불해야 하는 지도 업데이트 비용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업데이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료화 되는 추세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내비게이션 단말 자체가 일종의 컴퓨터였기 때문에, DMB수신,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었습니다.
하드웨어 사양을 높이면서 제품 단가를 높이는 또 다른 수익 전략이었습니다.
4. 스마트폰 — 패러다임 전환, 수익 모델 전면 교체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더 이상 전용 단말을 설치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존 내비게이션 단말기 업체들은 유료 앱으로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대부분 시장 지배에 실패했습니다.
아이나비의 경우에도 현재는 블랙박스 업체로 더 알려진듯 합니다.
소비자들은 이미 앱에 돈을 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무료 대안이 너무 강력했습니다.
살아남은 건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한 플레이어들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전용 소프트웨어 등장
초기에 ‘김기사’라는 무료 앱이 인기를 끌었고, 광고, 아이템 판매 등이 주 수입원이었습니다. (광고 제거 유료 버전도 판매)
소비자 입장에서는 완전 무료가 매력적이죠. 이후 카카오가 인수, 카카오 내비로 발전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신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가 등장했습니다.
통신사 내비게이션 발전
SKT, LGU+, KT 모두 자체 혹은 제휴 내비게이션을 제공했습니다
SKT TMAP의 경우 네이트 드라이브의 후신이지만 수익 모델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SKT 고객에겐 무료로 제공되었고 (타 통신사도 무료로 전환), 광고와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수익 전환된거죠.
플랫폼 업체 내비게이션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업체는 자체 지도를 활용해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 비즈니스와 연계하여 활용 중입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의 경우도 비슷하고, 대부분 국가에서 구글 내비게이션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듯 합니다.
실제로 영국, 러시아 등에서 직접 운전을 하면서 사용해 본 결과, 플랫폼 공공재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이쯤되면, 지도 데이터나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자체는 더 이상 수익 상품이 아닙니다.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도구가 됐습니다.
What은 같았습니다. How가 비즈니스를 결정했습니다.
길 안내라는 기능 자체는 세대를 거쳐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초창기에는 길안내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 자체를 확보하고 소비자들에게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길안내 자체는 더 이상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누가, 어떻게, 어디서 돈을 버는가는 시대마다 통째로 바뀌었습니다.
패러다임이 전환될 때마다, 이전 수익 모델을 고집한 플레이어는 도태됐습니다.
새로운 How를 먼저 잡은 쪽이 시장을 가져갔습니다.
AI Transformation도 다르지 않다.
AI 시대 초기에는 어떤 기술을 아는지 자체가 경쟁력이었습니다. “우리는 GPT를 쓴다”, “우리는 Claude를 쓴다”는 식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AI 기술 자체는 빠르게 공공재가 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누구나 알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What을 먼저 정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할지, 즉 What을 먼저 명확하게 정의했다면, 다음은 최적의 How를 찾는 싸움입니다.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특정 단말기나 소프트웨어에 집착했던 플레이어들이 도태됐듯,
특정 AI 기술이나 특정 도구에 의존하는 순간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도구는 바뀌어도 방향은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ChulJoo Kim (김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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