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한창 부각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회사의 경영층에서는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의 수준이 어떤지, 그 품질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요구가 증가했습니다. 제가 속한 팀은 오랜 고민 끝에 몇 가지 지표를 선정해서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가시화했습니다. 비전문가의 눈높이에 맞춘 지표였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나 실무자들은 완전히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그 지표는 얼마 전까지 사내 표준으로 채택되어 오랜 … 더 읽기

지난 8월 5일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이 지역 단위 대입 자율권을 언급했습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모델로, 지역 대학이 정부의 획일적 기준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하면 좋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현재의 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단일한 틀을 깨자는 취지입니다. 저는 이 내용을 보면서 최적화 문제를 떠올렸습니다. 탐색 공간을 아무리 넓혀도 ‘목적함수’가 하나면 해는 같은 곳으로 모입니다. 자율권을 준다는 것은 탐색 방식을 다양화하거나 탐색 … 더 읽기

며칠 전 뉴스를 보던 중 한 기사에서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백화점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고, 소비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백화점 상반기 매출은 작년보다 20.1% 늘었지만, 대형마트는 7.3%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외국인 쇼핑객도 늘었지만 소비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기사에 숫자가 여러 개 나열되었고, 각각의 … 더 읽기

연말이나 연초, 혹은 새 과제를 시작할 때면 과제의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그럴 때 자주 듣는 이야기가 숫자로 정리해 오라는 말입니다. 그러면 대개 “성능 10% 개선”과 같은 큼직한 숫자 하나가 올라옵니다. 리더 입장에서는 이때부터 스무고개가 시작됩니다. 어떤 성능입니까? 속도? 메모리? 소모전력? 10%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SOTA? 경쟁사? 아니면 자체 기준? 만약 SOTA(State of the Art)라고 답이 오면 … 더 읽기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보고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처음 관리자가 되고 나니 보고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제가 만든 보고서를 직접 보고하는 일이 많았다면, 관리자 입장에서는 팀원들이 만든 보고자료로 팀원들과 함께 보고를 이끌어야 했습니다. 이때, 보고가 끝나고 나면 이 보고를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고, 그때 택한 방법이 보고를 복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중요한 보고가 … 더 읽기

지난 글 「엔지니어의 리더십: 오탐과 미탐, 기술의 판단 기준」에서 실체와 뷰를 언급했습니다. 업무의 뷰는 필요에 의해 설계하고 만들어 갑니다. 하지만 일상의 뷰는 다릅니다. 별도로 설계하지 않아도, 살아온 경험을 통해 알아서 만들어집니다. 3차원 물체는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원기둥을 정면에서 보면 사각형이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원입니다. 같은 실체라도 어느 축에서 보느냐가 뷰를 정합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 더 읽기

대학원 시절,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제안하는 시스템의 안전성(soundness)과 완전성(completeness)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이야기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오탐(false positive)과 미탐(false negative)입니다. 처음 두 개념을 배울 때는 시스템을 평가하는 지표로만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취업하고, 다양한 연구를 접하게 되면서 이 개념은 단순히 지표가 아니라 생각의 틀로 확장되었습니다. 외부 … 더 읽기

러시아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현지 엔지니어들과 다양한 과제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들은 어렵지 않게 통했고, 코드와 설계, 수식 같은 것들도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어려웠던 것은 그들의 언어와 그 위에서 구성된 그들의 생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가려면, 그들이 쓰는 언어와 그 언어가 만든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하기 … 더 읽기

얼마 전, 차량 통행량이 적은 교외 지역을 지나가다가 라운드어바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도로를 새로 정비하는 과정에서 교통량이 많지 않은 지역에 라운드어바웃, 곧 회전교차로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정부가 2010년 본격 도입한 이후 2020년 말 기준 전국에 1,500개가 넘는 회전교차로가 운영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늘려간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할 때는 매일 수많은 라운드어바웃을 이용했습니다. 영국은 … 더 읽기

해외연구소장으로 있던 시절, 한 주재원이 본사에 보낼 불만 메일을 쓰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본사 지원팀에서는 왜 이걸 이렇게 처리하느냐”는 이슈제기였습니다. 저는 상황을 정리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는 좋지만, 그 전에 요청을 받는 쪽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게 먼저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회사나 큰 조직에서 … 더 읽기